태초에 향수가 있었다

2020. 8. 28. 10:49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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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리자는 현대인의 필수품인 향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어떤 향수를 좋아하는가?

 

향수는 이제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 되었다. 향수는 그 사람의 개성을 반영한다. 세상에는 개성의 다양성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향수가 존재한다.

 

인류가 존재하기 전부터 향수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루카스 크라나흐, 에덴동산에서의 유혹, 1526>

 

<티치아노, 아담과 이브의 유혹, 1570>

 

낙원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에덴동산에는 향이 존재했다. 수많은 예술작품으로 표현된 에덴동산에는 나무, 꽃, 열매가 풍성하였다. 풍성한 꽃과 나무에는 향기가 가득했을 것이다. 구속되지 않은 향기는 인류가 존재하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하느님이 정해주신 안락한 동산의 풍요로운 토지 위에는 인간에게 말할 나위없이 여러 가지 나무가 심어져 있다. 월계수와 향기로운 나무 밑에서는 아칸서스, 크로커스, 히아신스 등의 꽃들이 한폭의 그림을 연출해내고 있다."

밀턴의 '실락원' 중에서

 

 

<존 윌리엄 고드워드, 붉은 장미, 19세기경>

 

고대에는 미용의 목적 외에도 종교의식, 치료의 목적으로 다양한 꽃, 허브 등이 사용되었다. 또한 물이 귀해서 목욕을 자주 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몸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을 활용하기도 했고, 중세에는 목욕을 하면 나쁜 균이 몸에 침투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몸을 자주 씻지 않아서 향을 활용하기도 했다.

 

'향수(Perfume)'의 어원은 라틴어 '퍼퓨뭄(fumum)'이다. 퍼퓨뭄은 Per(through)와 fumum(smoke)의 합성어로서 '무엇을 태우는 과정에서 연기를 통해 나오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어로는 퍼퓸(Perfume), 프랑스어로는 파르푕(Parfum)이라 한다. 고대 성서시대에 처음 사용된 향은 스파이스 계통으로 이는 주로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향기이다. 현대에도 태워서 향을 내는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존 싱어 사전트, 양귀비, 1886>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에서는 자연에서 향을 채취하여 천연향료를 만들었다. 클레오파트라는 '키위'라는 조합향료를 즐겨 사용했다.

 

식물학의 할아버지로 불리는 향료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향기를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는 기름을 기제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이집트나 시리아에서 채취한 기름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고대의 조향사는 제사장과 비슷할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워터하우스, 장미의 영혼, 19세기경>

 

알코올이 발명되면서 향은 다양한 조합을 통해 새로운 옷을 입는다. 알코올에 수백 종 이상의 향유를 용해시켜 숙성시켰다. 숙성은 3개월에서 1년 정도의 과정이 필요했고 조향사의 점검을 통해 아름다운 향이 만들어졌다. 19세기부터는 화학자들의 도움으로 사천 개 이상의 향을 추출할 수 있게 되었다. 평균적으로 1그램의 향유를 얻기 위해서는 수백 송이의 꽃이 필요하다. 향수의 원료가 되는 향료는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로 나뉘는데 천연향료의 원료가 되는 꽃들에는 자스민, 장미, 오렌지꽃, 바이올렛, 수선화, 시클라멘, 히아신스, 아이리스, 라일락, 튜베로즈, 베티버, 일랑일랑 등이 있다.

 

 

<클림트, 오월의 정원, 1905-1907>

 

1048년 이탈리아의 까말돌리 수도원에서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천연재료로 오일, 비누, 스킨케어, 와인 등을 만들었다. 1540년부터는 수도원 약국을 통해 판매되었고, 천 년의 전통은 현대까지 이어져 수도사들이 직접 생산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수제방식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대량생산은 하지 않고 있어 가격이 비싸다.

 

 

<까말돌리 수도원>
<까말돌리 로고>

 

19세기 말에는 꽃에서 추출한 천연향을 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오 드 콜로뉴'가 대중적이었다. 오 드 콜로뉴는 농축도가 3~5% 정도로 지속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레몬, 베르가못, 로즈마리 등의 신선하고 상쾌한 향이 주를 이룬다. 콜로뉴는 쾰른의 다른 이름으로 독일의 쾰른에서 이 제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쾰른의 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현대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오 드 투알렛'은 농축도가 5~10% 정도이고, 지속시간은 3~5시간이다.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오드 퍼퓸'은 농축도가 10~20% 정도이고, 지속시간은 5~7시간이다. 96%의 알코올에서 증류된다. '퍼퓸'은 농축도가 20~30% 정도이고, 지속시간은 10시간 이상이다. 원액의 농축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다. 농축도가 높을수록 작은 용량만 사용해도 발향이 잘 되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로세티, 들장미 속의 비너스, 1864-1868>

 

향수의 기원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곳이 그리스와 로마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향료가 일상생활에도 사용될만큼 풍족했다. 그리스인들은 바이올렛향을 선호했다. 그리스에서는 꽃잎, 열매, 잎, 뿌리 등에서 다양한 천연향료를 채취했고 이 시기에 조향사라는 직업이 생겨났다.

 

그리스의 조향술은 훈향을 의학적으로 사용하는 용도로도 개발되었다. 아테네가 페스트에 전염되었을 때 히포크라테스는 향기가 짙은 식물을 태워서 페스트가 번지지 못하도록 했다.

 

 

<알마 타데마, 카라칼라 목욕탕, 1899>

 

로마인들은 신들의 제단에 훈향을 하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향료가 발달했다. 기원전 1세기 경에는 로마 상점수의 20%가 향수가게였다. 로마시대의 여성들은 목욕 후에 향내가 담긴 기름을 몸에 발랐다. 로마의 귀족들은 한증막 '수다토리움(Suddatorium)'에 들어갔다가 미온욕실 '테피다리움(Tepidarium)'에서 몸을 씻고, 냉수욕실인 '프리지다리움(Frigidarium)'에서 목욕을 마치고, 향유실인 '웅크타리움(Unctrium)'에서 장미, 수선화, 백합 등의 향기가 담긴 유지를 발랐다.

 

 

<홀맨 헌트, 오월의 이사벨라와 바질을 담은 항아리, 19세기경>

 

향료는 그리스의 사치스러운 풍습이 로마에 전해짐으로써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로마인들의 향료에 대한 사랑 덕분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오랜 기간 동안 향료 재배와 제조기술이 일정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고 소량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비싼 제품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과학의 힘을 빌려 화학향료가 개발되기 시작되었고, 20세기를 전후로 해서 합성향료가 개발되면서 향수는 대중화되고 가격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렘피카, 장갑을 낀 여인, 1929>

 

모네리자의 태초에 향수가 있었다, 향수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송인갑,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