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꽃인가 하트인가

2020. 11. 12. 13:00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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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은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고 서양은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

 

 

 

 

<공명의 세계>

 

 

 

고대 그리스인들은 공통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같은 범주로 분류하고 동양인들은 서로 공명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는 것들을 같은 범주에 속한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봄, 동쪽, 나무, 바람, 초록'은 모두 동일한 범주에 속한다. 바람의 변화가 나머지 네 가지에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세상은 사물로 구성된 집합이다. 즉 어떤 범주에 속하는 개체가 특정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 범주에 속하는 다른 개체도 그 속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면 동양에서는 우주란 연속적인 물질이다.

 

아래의 그림 3가지를 보고 2개를 묶어보자.

 

 

 

 

<범주와 관계에 의한 분류>

 

 

 

서양인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를 같은 범주로 묶는 경향이 많았다. 반면 동양인들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같은 범주로 묶는 경향이 많았다. 동양인들은 '관계'에 근거한 방식을 선호한다. 그들에게 있어 원숭이는 바나나를 먹는 존재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요의 내용인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도 같은 맥락에 근거한다.

 

 

 

 

<원숭이 동요 이미지>

 

 

 

 

서양인들은 각 범주를 지배하는 규칙을 사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규칙과는 무관한 사물들 간의 유사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아래의 그림과 같은 그림 13개를 보여주고 표적사물이 집단1과 집단2 중 어느 집단과 더 비슷한지 판단하게 했다.

 

 

 

 

<외형과 규칙에 의해 유사성 판단 측정>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표적사물이 집단1과 더 비슷하다고 답했고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은 집단2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한국 학생들은 외형적인 유사성 때문에 집단1을 선택했고 미국 학생들은 '줄기가 직선이다'라는 규칙에 의해 집단2를 선택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동양계 미국인의 판단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중간 정도라는 것이다.

 

왜 동양인은 관계성에 더 주목할까?

 

동양인들은 범주보다는 관계성에 더 주목한다. 범주는 명사에 의해 표현된다. '양'을 배우기 위해서는 양의 특징적인 성질, 즉 복실한 하얀 털, 둥근 모습, 뿔 등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양이라는 명칭을 그 특성들과 결합시키고 나면 나중에 그런 특성을 가진 동물을 볼 때 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된다.

 

 

 

 

<범주에 의해 구분한 양>

 

 

 

관계는 동사에 의해 표현된다. 동사는 명사보다 상대적으로 의미가 애매하다. 동사는 명사에 비해 대화의 맥락 속에서 의미가 쉽게 변하고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의미가 변하기도 한다. 다른 언어로 번역되면 더 어려워진다. 동사는 유동적이고 명사는 고정적이다.

 

"이건 로봇이야. 로봇 좋아해? 로봇 멋있다!"

"휭! 로봇을 너한테 줄게. 이제 다시 엄마에게 줘봐. 잘했어."

 

 

 

 

<'토이스토리2' 중에서>

 

 

 

전자는 서양의 부모와 아이의 대화이고 후자는 동양의 부모와 아이의 대화이다. 서양인들은 아이에게 명사를 가르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동양인들은 사물의 이름을 가르치는 것을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양의 어린이들은 세상을 사물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우고 동양의 어린이들은 세상을 관계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운다. 그 결과 서양의 아이들은 동사보다 명사를 더 빨리 배우지만 동양의 아이들은 명사도, 동사도 빨리 배운다.

 

동양의 주체와 서양의 주체

 

 

 

 

<꽃인가 하트인가>

 

 

 

서양에서 행동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동양에서 행동이란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거나 상황에 적응한 결과이다. 서양인들은 세상을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사물로 파악하고 동양인들은 관계로 파악한다. 이러한 차이는 사고의 차이를 낳는다.

 

ⓒ깡모네리자

 

 

<참고>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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