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아가기

2020. 11. 18. 17:28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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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것은 무엇일까.

 

 

 

<키르히너, 두 개의 자화상, 1914>

 

 

 

단순한 이 질문에 우리는 잠시 할 말을 잃는다. 너무 오랫동안 '나'를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나다움을 실천하기 위해 너무도 오랜 시간동안 진짜 나를 잊고 산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하기 싫은 일을 거절할 자유가 있다. 우리는 '사회적'이라는 단어와 '무례함'이라는 단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우리는 '사회적'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무례함'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의무로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함 또한 우리의 신성한 의무이다. 우리는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늘 착한 사람으로 살 수는 없다.

 

건강한 사람은 나와 사회의 경계를 잘 구분하는 사람이다.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은 건강함이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의무가 된다면 그것은 굴레로 돌아온다. 호의가 굴레가 되어버리면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나에게는 이미 의미없는 세상이다. 내가 존재해야 세상도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참자아가 있다.

 

 

 

 

<김해곤, 항해자, 미상>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던 순간부터 놀라운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은 태어나던 때의 바로 그 모습, '자아'이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참자아는 참된 정체성이다.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그것을 찾으려고 평생동안 헛된 여정을 계속한다. 그러다가 어떤 순간, 어떤 계기로 인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가면은 다른 사람의 얼굴이다.

 

우리는 내면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한 가면을 쓰고 산다.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도록 요구받는다. 대개의 경우 그것은 교육이나 사회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진다. 그러한 요구는 정당함이라는 이름을 가진 일종의 압력이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공산품처럼 똑같아진다.

 

잃어버린 후에 찾기 시작한다.

 

 

 

 

<세잔, 두개골이 있는 정물화, 1895>

 

 

 

가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타고난 재능을 잊어버린다. 이미 이 세상에 올 때부터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우연한 계기에, 혹은 천사의 손짓으로 자아의 길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 잃어버린 그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소명이 있다. 소명은 거창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그럴 듯한 껍데기도 아니다. 소명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이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내 안에 있던 본연의 자아를 완성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숭고한 영혼이 있다. 우리 안의 아름다운 형상을 토마스 머튼은 참자아라고 부르고, 퀘이커 공동체는 내면의 빛이라 하고, 인문학자들은 정체성이라 부른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던 그것은 너무나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 바다 옆 방, 1951>

 

 

 

빛과 그림자는 하나이다.

 

우리는 삶이 빛으로 가득 차기를 바란다. 그러나 빛에는 그림자가 따라온다. 본래부터 빛과 그림자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진정한 나를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마중물과 같은 존재이다. 그림자를 통해 내 본연의 빛이 더욱 명확해진다. 그림자를 인정하고 다독일 때 빛도 더 밝아진다. 어둠의 경험은 진정한 자아로 돌아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어둠으로의 여행을 통해 빛을 찾다.

 

우리는 긴 세월 동안 엉뚱한 곳을 헤매며 힘든 여행을 한다. 이 여행에는 즐거움, 기쁨과 함께 고난, 어둠, 위험이 함께 한다. 우리의 삶을 참자아를 찾고자 하는 순례여행이라 생각할 때 고난은 식량처럼 필수적인 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어려움을 겪다보면 자아의 껍데기가 벗겨지고 참자아의 모습이 드러난다. 비로소 '세상이 보는 나'가 아닌 '진정한 나'가 되는 것이다.

 

 

<나 이제 내가 되었네>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여러 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
지금 이 순간

나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네

아무 흔들림 없이

무엇엔가 쫓기던 나,

미친 듯이 달리던 나

고요히 서 있네, 고요히 서 있네

태양도 멈추었네

 

메이 샤튼

 

ⓒ깡모네리자

 

<참고>

 

파커 파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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