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하는 일을 알고 있다

2020. 11. 11. 18:44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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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에는 거울이 있다.

 

 

 

 

<원작 : 마그리트>

 

 

 

인간의 뇌 속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듣기만 해도 실제로 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활성화되는 신경세포가 있다. 이 마법의 신경세포를 거울 뉴런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거울 뉴런 덕분에 다른 사람들을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세포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우리들을 서로 묶어준다.

 

가장 최근 본 영화를 떠올려보자.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해병과 간호사의 키스>

 

 

 

우리는 영화를 보며 몰입한다. 아이언맨이 악당을 무찌르면 같이 환호하고, 줄리엣이 울면 함께 운다. 우리는 영화 속의 상황이 허구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 거울 뉴런이 영화 속에서 보이는 감정을 재창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들과 똑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놀랍게도 배우들이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나의 연인과 키스할 때 발화하는 것과 똑같은 세포들이 발화한다. 그러니 즐거워지고 싶다면, 외롭다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드라마 '다모' 중에서>

 

 

 

'네가 아프니까 나도 아프다'는 배우 이서진씨가 리즈시절 주인공을 맡았던 명작 드라마 '다모'에서 나왔던 명대사이다. 여자 주인공의 상처를 보고 그가 했던 이 대사는 많은 여성들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는 괴롭고 아픈 누군가를 볼 때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낀다. 사이코패스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는 거울 뉴런이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읽고 실제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제는 뇌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나와 비슷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인식하도록 도움으로써 행동 너머의 동기와 의도를 파악하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인간은 따라쟁이이다.

 

 

 

 

<출처 : 틱톡(@katherinleyva1)>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 하려는 충동이 강하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그 충동은 지속된다. 아기들은 모방게임을 좋아한다. 모방은 발달 중인 뇌에서 거울 뉴런을 강화하는 중요한 인자이다. 부모와 아기는 서로를 따라 하려는 일이 많다. 아기들은 서로를 모방한다. 한 아이가 선글라스를 끼면 다른 아이도 그대로 따라 한다. 어린이의 모방과 언어적 의사소통 사이에는 강한 유대가 있다. 유아들은 모방게임을 통해 상호작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모방게임을 많이 하는 유아일수록 말이 더 유창해진다는 것이다.

 

어른도 모방을 한다.

 

 

 

 

<'딩가딩가' 챌린지 영상(출처 : MBC)>

 

 

 

모방은 성인기에도 나타난다. 모방은 사회적 관습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함으로써 다양한 문화를 생산해왔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밈'이라는 용어를 소개했다. 밈은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이다.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생각이나 믿음이 전달된다. 밈은 진화과정에서 작용하는 자기복제자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 어마어마했던 비의 깡열풍도 어떤 종류의 밈이고, 틱톡을 통해 전달되는 챌린지 영상도 밈의 한 형태이다. 즉 밈은 모방을 거쳐 뇌에서 뇌로 개인의 생각과 신념을 전달한다.

 

밈은 우리 자신이다.

 

밈은 인간 의식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밈은 뇌를 감염시키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복제한다. 의식은 밈과 뇌가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밈은 모방에 의해 전달되는 문화의 한 요소이다. 모든 밈의 운명은 그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안식처에 도달하느냐에 달려있다. 즉 밈은 우리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 우리들 자신이다.

 

나는 너를 읽는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볼드모트>

 

 

 

우리는 거울 뉴런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가정함으로써 다른 정신상태를 이해한다. 즉 마음을 읽는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마법사 볼드모트는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해리의 마음속에 들어가려고 한다. 반면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에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능력인 '오클루먼시'를 가르치고 있다. 스네이프 교수는 어둠의 마왕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 느낌과 기억을 뽑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말하고 해리는 마왕이 독심술을 한다는 사실에 놀란다.

 

거울 뉴런은 행동을 예측한다.

 

 

 

 

<신경세포>

 

 

 

거울 뉴런은 관찰되는 행동 이후에 나타날 행동을 예측한다. 거울 뉴런은 행동 전체를 모사할 수 있게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뇌 안에서 간단하게 우리가 보고 있는 대상의 의도가 모사된다. 이때 단순히 같은 행동을 보고 발화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관련된 행동을 보고 발화한다. 예를 들어 '손으로 쥐기'와 '입으로 가져가기'와 같이 논리적으로 관련된 행동들이 발화되는 것이다. 거울 뉴런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의도를 뇌 속에서 재현하도록 도와주면서 그들의 정신상태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거울 뉴런은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

 

 

 

 

<몸짓과 언어>

 

 

 

데이비드 맥닐은 '몸짓과 언어는 한 계통이다'라고 주장했다. 몸짓은 언어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다양하고 독특한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손짓은 부족한 단어를 보충하기도 하고 몸짓 그 자체가 단어가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상징적 몸짓과 장단 몸짓

 

우리의 몸짓은 '상징적(iconic) 몸짓'과 '장단(beat) 몸짓'으로 구분된다. 상징적 몸짓은 말의 내용을 반영한다. 반면 장단 몸짓은 말하고 있는 것을 시각적으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장단 몸짓은 말의 강약을 표현하는 율동적인 손동작이다. 대개의 경우에 상징적 몸짓은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고, 장단 몸짓은 말하는 사람에게 더 유용하다. 거울 뉴런은 장단 몸짓을 관찰할 때보다 상징적 몸짓을 관찰할 때 더 강하게 활성화된다. 상징적 몸짓은 의사소통과 이해를 촉진한다. 즉 거울 뉴런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몸짓에 관심이 있다.

 

ⓒ깡모네리자

 

 

 

<참고>

 

마르코 야코보니, 미러링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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