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왜 악마가 되었나

2020. 9. 10. 17:59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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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리자는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인 천재와 악마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들어봤는가?

 

의과 졸업생들은 의사로서의 윤리적 의무를 다할 것을 선서한다. 이를 히포크라테스 선서라 한다.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으며 의학에 과학정신과 인문정신을 불어넣어 의학을 과학과 철학으로 발전시켰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무색하게 되었지만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은 남아있다.

 

 

<히포크라테스 흉상(미상)>

 

 

"나는 의술의 신 아폴론과 아스클레피오스, 휘기에이아, 파나케이아 그리고 모든 남신과 여신을 증인으로 삼아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이 선서와 계약을 이행할 것을 맹세합니다....나는 나의 삶과 나의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지켜 가겠습니다...내가 이 선서를 지키고 어기지 않는다면 나의 삶과 나의 의술에 대해 모든 사람들로부터 영원한 명예를 얻게 하시고, 만약 내가 선서를 위반하고 거짓으로 맹세한다면 나에게 그 반대를 주십시오."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에서

 

 

 

<벨베데르의 아폴론, 15세기경>

 

 

경영인을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경영인에게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은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되었다. 30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정도의 경제위기였다.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경영자들의 행태는 세계최대 보험회사인 AIG, 패니매, 프레디맥의 긴급 정부구조, 골드만삭스와 메릴린린치 등 미국 5대 투자은행의 종말로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역할모델이었던 월가의 경영자들은 개인의 사익만 추구하는 악마가 되어버렸다. 이에 최고경영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경영인에게도 엄격한 윤리강령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아이비리그의 한 교수는 학교에 다닐 때 A학점만 받던 우수한 학생들이 감옥에 가있다고 말하면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악마가 된 천재들 (이미지 : www.segye.com)>

 

 

'경영학석사 선서(The MBA Oath)'라고 불리는 경영인을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라케시 쿠라나 교수와 니틴 노리아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하면서 알려졌다. 이 선서는 개인적 이익이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불편부당의 정신과 기업의 투명성을 추구한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그들은 경영학계에도 더욱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시험이 필요하고 행동강령을 어기면 제재를 가할 권위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별도의 '공인전문경영인(CBP)' 자격시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영인에게도 도덕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니틴 노리아 하버드 경영대학장(이미지 : 조선비즈)>

 

 

이 선서는 법적인 효력을 갖춘 문서는 아니다. 일종의 윤리강령이다. 이 선서는 수익의 극대화보다는 목적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기업은 오랜 기간 동안 수익의 극대화에 치중해왔다.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와 공동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이윤의 극대화라는 기업의 제1목적은 의미를 잃을 것이다.

 

"경영인으로서 나의 목적은 사람과 자원을 합해서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창출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더 큰 선에 봉사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주주와 동업자, 고객 그리고 우리가 일하는 사회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다. 나는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경제, 사회, 환경의 번영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The MBA Oath' 중에서

 

 

 

<월가의 시위 (이미지 : 오피니언 뉴스)>

 

 

MBA 선서는 졸업예정자 중 한 명의 발상이었다. 900여 명의 졸업생들 중 절반 이상이 이 선서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다른 경영대학원 졸업생들도 동참하여 1,400여 명이 선서문에 서명했다. 이 선서는 강요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판단에 따라 기꺼이 동참했다.

 

이러한 시도가 중요한 이유는 경영인의 마음 속에서 처신과 올바른 결심의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 비윤리적인 기업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시대는 가야만 한다. 수익의 극대화는 사회윤리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만한 세상이 올바른 세상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미래를 나의 미래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기업은 생물처럼 환경 속에 존재한다. 환경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 적자생존의 원칙은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가는 것이다. 이제는 착한 기업, 사랑받는 기업이 오래 가고 그에 따라 수익도 성장한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저자인 벤틀리 대학의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는 고객과 종업원을 존중하는 사랑받는 기업의 수익이 기업평균의 수십 배가 넘는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선서에 동참한 학생들 (이미지 :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가 필요하다. 마음이 따뜻한 기업,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대안이다. 우리 모두는 나 자신만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세상에 무엇인가를 되돌려주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다. 자본주의의 영혼을 바꿀 시기이다. 영혼이 없는 기업이 맞이할 미래는 밝지 않다.

 

 

 

<The MBA Oath 선서 중인 학생들 (이미지 : www.csmonitor.com)>

 

 

우리는 실제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선서의 가치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한다. 그리고 실망한다. 그러나 실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윤리의식은 인간 본성의 깊이에 들어있다. 우리는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이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도와야 한다. 영혼없는 이익지향적 사회의 말로는 좋지 않다. 역사는 그것을 증명한다. 그것이 진리이다.

 

모네리자의 천재는 왜 악마가 되었나, 올바른 가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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