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의 노래

2020. 9. 3. 17:46예술

728x90

모네리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인어공주, 세이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어공주의 존재를 믿는가?

 

 

<빌헬름 크레이, 세이렌의 노래, 19세기경>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세이렌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다.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1000년경에 탄생한 호메로스의 작품이다.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에게 세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으라 했고, 그녀의 노래를 들은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에게 자신을 풀어달라고 했으나 선원들은 듣지 않았다.

 

 

 

<헨리에타 레, 세이렌, 1903>

 

 

세이렌은 그리스 시대에는 머리만 여성의 모습이고 전체적으로는 새의 모습이었는데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다가 로마 시대에 이르러 날개 달린 여성의 모습이 된다.

 

 

 

<워터하우스,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1891>

 

 

세이렌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세이렌은 모든 사람들을 유혹하려고 노래를 부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갈 수 없다. 아름다운 목소리에 넋을 빼앗기고 바다로 뛰어들고 만다. 그 댓가는 죽음이다.

 

 

 

<귀스타브 모로, 세이렌, 1876>

 

 

마녀의 신으로도 불리는 요정 키르케는 율리시스에게 세이렌의 유혹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밀랍으로 귀를 막던가, 아니면 꼭 노래를 듣고 싶다면 돛대에 몸을 묶으라고 조언했다.

 

 

<라이트 바커, 키르케, 1900>

 

 

"우리는 신의 뜻으로 받아들였던 모든 고통을 위로할 수 있어요. 우리는 풍요로운 대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알고 있으니까요."

'오디세이아' 중에서

 

 

 

<프레데릭 레이튼, 어부와 세이렌, 1856-1858>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가?

 

키케로는 세이렌의 말이 인간에게 앎을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샤갈의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지식의 나무를 먹고 신과 같은 통찰을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단순한 지식이 아닌 통찰로서의 앎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만큼이나 유혹적이다.

 

 

 

<크누트 에크발, 어부와 세이렌, 19세기경>

 

 

고대의 그리스인들은 음악에도 마법이 숨어있다고 믿었다. 만물을 수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피타고라스 학파는 영혼을 물질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수단은 음악이라고 믿었다. 특히 그들은 리라를 이상적인 악기로 생각했는데 리라의 일곱 현은 지구의 둘레를 돌며 천상의 화음을 낳는 일곱 개의 천체를 상징한다. 이 천체에 세이렌이 살고 있다. 세이렌은 천체의 조화를 노래한다. 그들은 노래를 통해 이승에서 떠도는 영혼을 천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세이렌은 비록 죽음으로서만 가능하지만 인간이 아름다운 영혼의 나라에 가도록 돕는다.

 

 

 

<에드워드 존 포이너, 세이렌, 1864>

 

 

세이렌의 유혹에서 벗어난 사람은 또 있다. 아르고나우타이는 황금양털을 찾아 떠났다가 세이렌의 유혹을 받았다. 이때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키타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뱃사람들을 지켜주었다. 이에 슬픔에 빠진 세이렌이 날개를 떼어버리고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기도 한다.

 

 

 

<바스네초프, 기쁨과 슬픔의 노래, 미상>

 

 

"세이렌은 허리까지는 여성의 몸이지만 독수리 발톱과 물꼬기 꼬리를 가지고 있다. 기쁨을 드러내고 싶을 때는 높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이 그 노래를 들으면 배를 잊고 이내 잠이 든다. 이를 기억하라."

필리프 드 타옹

 

 

 

<클림트, 세이렌, 1889>

 

 

세이렌에 대한 전설은 여러 가지 형태의 이야기로 전해내려온다. 세이렌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강의 신 아켈루스와 뮤즈 테르프시코레라 하기도 하고, 아켈루스가 헤라클레스와 싸우다가 뿔 하나를 잃어버렸을 때 땅에서 솟아오른 피에서 세이렌이 탄생했다고 하기도 한다. 세이렌이 죽음의 신 하데스로부터 페르세포네를 구해내지 못하자 페르세포네의 어머니인 데메테르가 그녀에게 벌을 내려 반은 여자이고 반은 새의 모습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인 기욤 르클레르는 세이렌이 적어도 상반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한다.

 

 

 

<윌리암 에티, 납치당하는 페르세포네, 19세기경>

 

 

세이렌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육체적 유혹과 관련이 있다. 그리스 철학자 팔라에파투스와 라틴어 문법가 세르비우스는 세이렌을 창녀로 묘사했다. 세이렌은 타락한 여성으로 남자들을 유혹해서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원죄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팜므파탈이다. 세이렌은 이제 유혹하는 여성의 은유적 표현이 된다.

 

 

 

<허버트 제임스 드레퍼, 율리시스와 세이렌, 1909>

 

 

세이렌의 존재는 기독교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율리시스의 모험은 귀향지와 지옥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율리시스의 모험은 운명을 찾아나서는 신자가 구세주를 만나기까지의 여정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율리시스의 이야기에서 배는 교회를 상징하고, 바다는 지상의 삶을 상징하고, 귀향지는 영생을 상징한다. 율리시스는 인간의 영혼이고 세이렌은 여정의 과정에서 만나는 위험의 상징이다. 기독교인만이 자신을 십자가에 단단히 묶고 세이렌에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배의 돛대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상징하는 것이다.

 

 

 

<워터하우스, 인어, 1901>

 

 

"세이렌은 어여쁜 몸매와 달콤한 목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하는 바다의 딸이다. 그들은 머리에서 배꼽까지 처녀의 몸이며 사람과 아주 비슷하지만 비늘로 뒤덮인 꼬리가 달려 있어, 파도 속으로 재빠르게 몸을 숨길 수 있다."

맘즈베리의 앨드헬름

 

 

 

<르네 마그리트, 세이렌의 주검, 1935>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세이렌은 물의 요정이 되었다.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에 의해 세이렌은 새롭게 탄생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어공주의 버전이다.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원죄자로서의 세이렌은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변화한다. 세이렌의 존재는 뮤즈만큼 신성하다.

 

 

 

<피카소, 율리시스와 세이렌, 1946>

 

 

"한 번 사람으로 변하면 다시는 세이렌이 될 수 없어. 그리고 왕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결코 영혼도 얻지 못해. 왕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첫날 밤, 너의 마음은 부서지고 파도 거품이 너를 삼켜버릴 거야."

안데르센

 

 

 

<셰익스피어, '폭풍우' 삽화>

 

 

바다의 공주 세이렌은 인간의 영혼을 얻어 왕자와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었다. 마녀는 지느러미를 인간의 다리로 바꿔주는 대신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져간다. 왕자는 결국 다른 여성과 결혼하고 너무 착했던 세이렌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만화영화 '인어공주' 중에서>

 

 

디즈니의 만화영화 '인어공주'는 세이렌의 이미지를 더 환상적이게 변화시켰다.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인어공주 에리얼은 밝고 당찬 여성으로 등장하고, 그녀의 목소리를 연기한 조디 벤슨의 목소리는 감미롭다. 이를 계기로 세이렌은 위험한 여성에서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세이렌은 저주에서 사랑으로 이미지를 변신한다.

 

세이렌을 만날 수 있을까?

 

 

 

<스타벅스 로고>

 

 

오늘날에는 스타벅스에서 세이렌을 볼 수 있다. 스타벅스의 로고는 세이렌이다. 스타벅스를 창업했던 동업자들은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미스터리한 힘을 가진 '모비딕'이라는 고래의 이름을 따서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명을 지었고, 스타벅스에 흠뻑 빠져들라는 의미에서 세이렌을 로고로 하였다. 우리는 스타벅스의 의도처럼 세이렌의 유혹에 빠져 스타벅스로 이끌려간다.

 

 

<구스타브 베르트하이머, 세이렌의 키스, 1882>

 

 

모네리자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인어공주, 세이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LDcWLhVrbss

<만화 '인어공주' 중에서>

 

 

<참고>

세이렌의 노래, 시공사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리없는 절규  (2) 2020.09.06
세기의 팜므 파탈  (0) 2020.09.05
죽음을 부르는 여인  (0) 2020.08.29
그녀는 나의 운명, 샤갈과 벨라  (0) 2020.08.07
미녀는 괴로워, 여성의 미에 대한 고찰  (2) 20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