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 대하여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

2020. 7. 18. 22:001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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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리자는 인간이 가장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리비에르, 신뢰, 1869>

 

개는 인간의 진화와 더불어 인간과 가장 가까이 지내온 존재이다. 요즘에는 인간과 함께 사는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반려견'이라고도 한다. 스스로 개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개에 대하여'를 통해 개의 본성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여러분은 개를 사랑하는가?

 

보편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곧바로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들의 눈동자 속에는 천국보다 더 포근한 안식이 있다. 그들은 충직할 뿐만 아니라 넘치는 사랑의 소유자이다. 사랑에 흠뻑 취해 정신이 모호해질만큼 우리에게 사랑을 준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그 사랑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 남녀 간의 사랑을 포함한 인간의 사랑에 비할 바가 아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노래한 그 어떤 문학작품보다 더 소중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에드윈 랜드시어, 늙은 양치기의 상주, 1837>

 

흥미로운 점은 우리의 사랑스러운 개는 인간의 본성을 철저히 이용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지구상의 그 어떤 종도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없다. 개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개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통해 인간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 개는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고 주머니를 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주머니 속의 돈을 내어준다.

 

존재하는 개의 종류가 많은 것 이상으로 그들은 개별적인 존재이다. 개들의 성향은 개체마다 다르다. 엄마가 나가면 화를 내는 개, 꼭 한 자리에서만 밥을 먹어야만 하는 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자야만 하는 개, 기쁨에 넘치면 빙글빙글 돌거나 뛰어오르는 개, 엄마는 자기 것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확인시키는 개...수많은 독특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그들은 어찌 되었든 사랑받는다이다. 상황을 바꿔서 인간이 그런 행동을 하면 어떤 반응이 되돌아올까? 아마도 우리는 십중팔구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쩡판즈, 가면시리즈, 1998>

 

모네리자의 삶에도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보보, 모모, 또또, 알폰소, 라헬...그들의 견성은 다 달랐다. 보보는 충직하고 믿음직스러웠고, 너무 똑똑해서 반쯤은 인간이었던 모모는 늘 사랑을 갈구했고, 또또는 마냥 어린 아이 같았고, 알폰소는 영리하고 질투심이 많았고, 식탐이 많은 라헬은 늘 산만하고 애정표현이 과하다. 게다가 말도 많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쁨을 주었고 모네리자의 삶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그리고 그 벅차고 커다란 사랑만큼 상실의 아픔도 주었다. 세상의 모든 개엄마는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비극적 운명을 견뎌내야만 한다. 그렇다고 개를 사랑하는 걸 멈출 수는 없다.

 

 

<보보와 모모>

 

여러분은 개가 얼마나 영리한지 알고 있는가?

 

개들도 꾀병을 부린다. 거짓말을 한다. 어떤 행동을 하면 엄마가 걱정을 하고 다독여주는지, 특식을 주는지 다 알고 있다. 때로는 멀쩡한 다리를 절뚝거리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바라보기도 한다. 심하게는 토하기도 하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개들은 이렇게 엄마를 가지고 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와 함께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부산스러운 라헬-병원에서>

 

진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개는 그 어떤 동물도 해내지 못한 커다란 성공을 해냈다. 조금의 노력도 없이 인간의 거주지 안에 자기의 자리를 마련하고, 끼니를 해결한다.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자기 밥값을 제대로 해내는 개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현대의 개들은 낯선 침입자들로부터 집을 지키는 가장 평범한 역할조차도 해내지 못한다. 여러분은 택배기사를 보고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어대는 아가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낯선 사람의 방문은 그들에겐 삶의 활력소일 뿐이다. 으르렁거리며 짖어대는 개들조차도 곧장 관심을 잃는다.

 

여러분은 개가 얼마나 많이 먹는지 알고 있는가?

 

 

<한 마리의 표범처럼>

 

몸무게 1kg당 필요한 음식의 양은 개가 사람보다 두 배나 더 많다. 미국의 경우 개 5,500만 마리가 먹는 양이 로스앤젤레스 전체 인구가 소비하는 양과 비슷하다. 달러로는 50억 달러, 한화로는 6조 250억 원이다. 여기에 수의사에게 치료받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70억 달러를 더해야 한다. 개의 경우 의료보험 같은 것도 없으니 엄청나게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만 한다.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무슨?'이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도 생명이다. 일단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이상 그들의 삶을 책임져야만 한다.

 

개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개'라는 단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어느 문화권에서나 경멸을 의미하는 용어로 종종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라틴어 사전에는 'canis'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기생충, 식객'이라는 의미이다. 고대 히브리어의 성경에도 개를 뜻하는 'kelev'라는 단어는 '신전에 있는 남창이나 엉터리 예언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모든 문화권을 가로질러 '개'가 붙은 단어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욕설이다. '개새끼'는 욕을 먹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부모까지도 모욕하는 단어이다. 모네리자는 왜 그러한가에 대해 많이 궁금했으나 그 어떤 문헌에서도 그에 대한 답을 해주지 않았다. 다만 프로이트가 개는 생식기를 핥아대는 민망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러한 엉뚱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충분한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정반대의 긍정적인 의미로 '개'라는 접두사가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개꿀, 개대박, 개좋아 등이 그러하다.

 

 

<모네리자의 부캐, 라헬>

 

많은 학자들은 개와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한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은 종종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는 부적응자이거나 사랑을 쏟을 대상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개를 열렬하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버린다.

 

그리고 또 하나 원하는 것을 다 충족시켜주는 엄마를 만난 개는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폭군으로 사는 법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늑대와 개의 사회구조가 가진 본성이기 때문이다. 천둥이 무서워서 몸을 떠는 개를 안고 다독여줬다면 그런 행위를 이끌어내기 위해 몸을 떠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그러하다.

 

 

<리비에르, 공감, 1878>

 

동물행동학자들은 '선천적 이완기제'라는 것을 통해 개와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우리는 작고 약한 것, 눈이 크고 머리가 둥근 대상을 보면 감싸고 보호해주고 싶은 느낌을 갖는다. 진화의 차원에서 본다면 후손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귀엽고 작은 존재에 대한 타고난 호감이 존재한다. 개는 바로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인간을 마음대로 조종한다.

 

생물학자들은 인간에 의해 동물이 길들여지는 상황을 '노예화'라고 부른다. 인간이 주도하여 생물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과 함께 살아남은 인간 주변의 모든 종들은 그들의 선택에 의해 인간 주변에 머무르며 진화에 더 유리하도록 인간을 조종했다고 주장한다. 동물뿐만 아니라 곡물조차도 스스로 길들여지기로 선택했고, 길들이기의 성패여부는 동물이나 곡물의 특성에 따라 좌우된다. 우리는 그들에게 선택되었다. 개를 포함해서 말이다.

 

 

<록웰, 집에서 보내는 휴가, 1945>

 

개와 인간의 관계는 진화의 역사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이 독특하고 소중한 관계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면 개의 진정한 본성과 능력을 존중하고, 개를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이 아니라 개가 인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영리하다.

 

이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개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우리는 그 아이들을 운명처럼 만나 열렬히 사랑한다. 평생동안 우리에게 어린 아이인 그들은 무지개 다리를 건너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어린 아이이다.  

모네리자의 사랑스러운 인간의 반려동물, 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aPHGI5_CcBw

 

<참고>

 

스티븐 부디안스키, 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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