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2020. 7. 17. 16:531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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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리자는 거짓말의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거짓말을 해본 적 있는가?

 

 

<피노키오>

 

"없다"라고 답한다면 벌써 한 번의 거짓말을 한 셈이다.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에는 "당신은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문항이 있다. 이 문항은 검사 자체의 진실성을 측정하기 위한 척도이다. MMPI는 기업의 입사시험과 군입대 시에도 활용된다. 만약 당신이 "절대로 안 해요"라고 답한다면 검사결과의 진실성을 의심받는다.

 

인간은 누구나 매일 200번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의 횟수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접촉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누구나 하는 것이 거짓말이다. 기회는 거짓말을 만든다. 거짓말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친구가 오늘 자신이 입은 옷이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당연하게 괜찮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마음 속은 그렇게 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것도 거짓말이다. 다만 누구에겐가 해를 끼치지 않을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하루종일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한 대 때려버리고 싶은 상사에게 미소 지으며 "네"라고 수긍하는 것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약속에 늦으면 차가 막혔다고 하고, 우리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포토샵을 하고, 화가 나도 웃고, 마음에도 없는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말을 하면서 거짓말에 익숙해진다.

 

 

<만화 '짱구' 중에서>

 

거짓말은 무엇일까?

 

거짓말의 개념을 어디까지 보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거짓말의 개념에는 보편적으로 인정받은 통일된 정의가 없다. 거짓말 그 자체가 모호함이다. 그래서 인간은 일 년에 단 하루 '만우절'이라는 날을 통해 모호함을 날려버린다.

 

"진실은 하나뿐이지만 거짓말에는 한없이 많은 변종이 있다."

몽테뉴

 

고의로 하는 거짓말은 나쁜 것인가. 아니다. 거짓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 마디의 거짓말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의 문제는 또다른 영역이다.

 

서구에서는 '하얀 거짓말' '검은 거짓말'을 구분한다. 옥스퍼드 사전에 의하면 이런 개념은 1741년에 처음 등장했다. 왜 흰색과 검은색일까. 인간에게 있어 흰색은 순수, 결백, 선을 상징한다. 검은색은 슬픔, 죽음, 죄, 악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하얀 색은 좋고, 검은 색은 나쁘다.

 

 

<영화 '블랙스완' 중에서>

 

하얀 거짓말은 일상적으로 행해진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치려는 의도가 없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얀 거짓말은 좋은 의도를 가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는 있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불가피한 진술에서 진실을 고수하는 것은, 그로 인해 자신이나 상대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만인에 대한 인간의 형식적 의무이다."

칸트

 

 

<말보로 광고의 산타 클로스>

 

여러분은 어린 아이가 산타 클로스가 진짜로 있는 거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악당이다. 우리는 어린 아이를 보호해야만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슬프게도 아이들이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전까지는 산타클로스가 진짜 존재하는 할아버지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중에서>

 

슬프고 하얀 거짓말도 있다. 유대인 수용소를 다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빠 귀도는 아들 조수아에게 수용소에서의 생활이 전쟁놀이라는 거짓말을 한다. 귀도는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끌려가면서도 아들에게 윙크를 하고 사라진다. 조수아는 끝까지 아빠의 죽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자기가 게임에서 이긴 줄 알고 해맑게 웃는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프릿츠 폰 우데, 최후의 만찬, 1886>

 

기독교와 함께 거짓말은 죄악이 되었다. 신약에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다만 '예' 혹은 '아니오'하고 말하여라. 이밖에 너희가 다른 말을 더하는 것은 악마에게서 오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아우렐리우스는 타인을 구하기 위한 거짓말도 원죄이고 악이라고 비난한다. 불교에서는 '정언(正言)'을 요구한다. 정언에는 진실을 고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험담, 조롱, 악의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 등이 포함된다.

 

악의가 없다면 약간의 거짓말은 사회생활을 보다 수월하게 해준다. 거짓말은 암묵적인 합의인 셈이다. 가벼운 거짓말은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없애준다. 우리는 영혼없이 웃으며, 진심이 없는 괜찮다는 말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거짓말 그 자체는 악이 아니다.

 

서구에서는 낯선 이에게도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미소를 지어준다. 상대방에게 미소를 지음으로써 우리가 그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시켜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큰일날 일이다. 모네리자도 공항에서 정신 못 차리고 웃다가 머쓱해진 적이 있다.

 

버지니아 대학의 벨라 데 파울로 교수는 거짓말에 대한 실험을 했다. 파울로 교수는 학생들에게 일주일 동안 거짓말 일기를 쓰는 과제를 내준다. 10분 이상 지속되는 대화에서 자신이 한 거짓말을 전부 기록하게 했다. 학생들은 거짓말을 많이 했다. 거짓말의 동기 중 50%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거나 밉게 보이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그리고 특히 엄마에게 거짓말을 많이 했다. 우리도 엄마에게 가장 많은 거짓말을 한다. 이외에도 이득을 보려는 이유, 이타적 이유, 친사회적 이유 등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불안감 때문에 하는 거짓말은 많지 않았다. 우리는 늘 거짓말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주데카 연못의 루시퍼 :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삽화>

 

'만우절'이 왜 생겨났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4월 1일은 은전 서른 닢에 예수를 로마인들에게 팔아넘긴 유다의 출생일 또는 사망일이라고 한다. 사탄 루시퍼가 지옥에 떨어진 날도 4월 1일이다. 프랑스의 왕 샤를 9세가 달력을 개정해서 신년이 4월 1일에서 1월 1일로 바뀌었는데, 이것을 모르고 4월 1일에 새해를 축하한 사람은 놀림감이 되었다는 데서 기인했다고도 한다. 만우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서유럽, 호주, 남아프리카, 인도 등에도 있는 관습이다.

 

"예술은 우리에게 진실을 이해하게 가르치는 거짓말이다."

피카소

 

모네리자의 '우리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클라우디아 마이어, 거짓말의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