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아의 아름다운 사랑과 절망, 죽음

2020. 6. 20. 21:56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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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리자는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을 통해 오필리아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자 한다.

오필리아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뮤즈이다. 특히 오필리아의 죽음에 대한 주제는 매력적이고,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휴즈, 오필리아, 미상>

 

오필리아의 죽음은 왜 유독 아름답게 표현되었을까?
왜 예술가들은 그녀의 죽음을 그토록 몽환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것일까?

그녀는 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사랑의 절정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은 더욱 극적이다. 너무나 영롱하게 빛나던 그녀의 아름다움은 광기가 되었고, 미쳐버린 그녀는 노래를 부르다 강에 빠져 죽어버린다. 그녀는 수면에 떠있는 동안 띄엄띄엄 찬송가를 부르다 수면 밑으로 사라진다.

오필리아의 죽음은 아름다운 슬픔이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죽음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환상을 만들어 낸다.

 

 

<밀레이, 오필리아, 1851>

 

밀레이의 '오필리아'는 섬세하다 못해 숭고하다.

 

오필리아의 주검 옆으로 장미, 물망초, 양귀비, 제비꽃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드레스 위로 보이는 분홍색 장미의 꽃말은 '행복한 사랑'이다. 그녀의 오빠 레어티스는 그녀를 '5월의 장미'라 부르곤 했다.

 

'햄릿'에는 오필리아가 미나리아재비, 쐐기풀, 실국화, 자란 등을 섞어 만든 신비스런 화관을 쓰고 있었다고 적혀있다. '자란'은 죽은 사람의 손가락이라는 의미로 그녀의 죽음을 상징한다. 그녀의 목에는 보라색 제비꽃이 걸려있는데, 제비꽃은 '순수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고, '나를 생각해 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녀의 손 주변으로 떠있는 양귀비꽃은 '깊은 잠', '꿈길'을 의미하며 그녀의 죽음을 알리고 있다.

 

그녀의 가슴 언저리의 작은 물망초들은 '나를 잊지 말라'는 햄릿을 향한 그녀의 소망이기도 하다.


햄릿의 말처럼 죽는다는 건 잠드는 것이고, 잠들게 된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다. 그녀는 영원히 환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꿈속에 빠진 그녀와 만나는 것이다.

오필리아의 아름다운 죽음은 영계로 떠나버린 자신을 영원히 기억해 달라는 그녀의 작은 소망인지도 모른다.

 

 

<버트랜드, 오필리아, 미상>

 

오필리아의 영혼을 파괴하고 그녀의 죽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은 햄릿이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이다. '햄릿'은 인간의 내면에 대해 숙고하고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햄릿을 생각하면 복수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인간의 고뇌와 절망이 떠오른다.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이 떠오른다. 삶이 헛되고 헛됨을 떠올리게 된다.

햄릿은 왜 그렇게 고뇌에 가득찬 삶을 살았으며 불행했을까? 그는 자기 자신의 세계에 갇혀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것은 아닐까?

햄릿의 엄마인 왕비 거트루드는 햄릿의 아버지인 부왕이 죽자마자 결혼을 한다. 상대는 놀랍게도 시동생이다. 햄릿이 받았을 충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다."
 '햄릿' 중에서

 

 
햄릿의 상실감을 심리학자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해석하기도 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프로이트가 사용한 용어로서 이성인 부모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을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반작용은 인간 정신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성취이다."
프로이트

 

<워터하우스, 오필리아, 미상>

 

우리가 이해하고 공감하기 힘든 건 그 이후 햄릿의 행동이다. 그는 미치광이 행세를 하며 연인 오필리아에게조차 진실을 털어놓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녀를 멀리하며 상처를 준다. 그는 복수를 결심하고도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그의 망설임에 애꿎게도 연인 오필리아가 희생당한다.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숙부인 클로디어스로 착각하고 죽이고 만다.

 

 
"고운 오필리아! 요정이여,
그대의 기도 가운데
내 모든 죄를 잊지 말아주소서."

'햄릿' 중에서

 

 

오필리아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미쳐버린다.

오늘날에도 햄릿은 우유부단함의 상징이다. '햄릿형 인간'은 우유부단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고, 정작 실행에 옮기는 일이 힘든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햄릿은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를 잃고, 연인을 잃고, 자기자신까지 잃어버렸다.

 

"죽는 건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있느냐 없느냐는 존재의 의미일 수도 있다.

'햄릿' 중에서

 

 

<달리, 오필리아의 죽음, 1936>

 

 

요절한 천재시인 랭보는 '오필리아'라는 시를 남겼다.

 

모네리자의 오필리아의 아름다운 사랑과 절망,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늘도 1깡한 모네리자는 행복합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셰익스피어, 햄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