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사랑과 세속적인 사랑, 그 사이

2020. 6. 27. 13:25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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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리자는 성스러운 사랑과 세속적인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중세시대의 도덕주의는 여성적인 미에 대해 경계했다. 중세는 지독하게 가부장적인 사회였다. 그래서 여성은 종종 천사처럼 순결한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소설에서 여성은 열망하지만 다가설 수 없는 이미지로 승화되었다. 음유시인들을 통해 귀부인은 사랑과 존경을 함께 받는다. 조프레 뤼델은 '열망하지만 다가설 수 없는'이라는 시를 통해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한 여인을 향한 마음을 슬프게 노래한다. 예술가들은 그러한 보수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신화 속의 여신들을 창조한다.

 

 

<부그로, 비너스의 탄생, 1879>

 

음유시인은 여성에게서 모성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그 여성은 열망의 대상으로는 거부된다. 육체를 경멸하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인간적인 사랑은 경외시되었다. 귀부인은 정신적인 사랑과 존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중세기사들의 이러한 존경심은 오늘날의 기사도 정신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중세의 기사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귀부인에게 투사하며 그녀와 나르키소스적인 사랑에 빠지곤 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 안의 신적 이성성을 상대방에게 던져놓고, 그것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다만 중세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나르키소스적이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중세시대에 있어 기사는 대단히 중요한 존재였다는 것도 나르시시즘을 부추긴 원인이 된다. 그들은 중세의 꽃이었다.

 

신화 속의 나르키소스는 요정 에코의 사랑을 거절하여 신들의 노여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나르키소스는 물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와 사랑에 빠져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죽어버린다. 그가 죽은 자리에 핀 꽃이 나르키소스(수선화)이다. 정신의학적으로 나르시시즘은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병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중세의 꽃이라 불리는 기사들은 자기애가 지나치게 크고, 중요했다.

 

 

<카라바조, 나르시스, 미상>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존재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도 난관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불타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금지된 욕망은 자연스럽게 더욱 커져만 갔다. 다가갈 수 없는 대상의 미는 변형되고, 열정은 타오른다. 흥미로운 것은 열정은 굴욕을 느끼면 느낄수록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세시대에는 여성이 구애자를 통제할 권력을 가졌다.

 

 

<레이턴, 기사서임식, 1901>

 

"연인에게 이미지는 한편으로는 공허한 환영이자 붙잡기 어려운 욕망의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이 공허함이 그 욕망을 구성하는 불가피한 버팀목이 된다. 이미지 없이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이클 카밀

 

 

불가능한 사랑은 중세의 문화이자 산물이다. 불가능하기에 더욱 낭만적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영원히 충족되지 않는 열정이며, 달콤한 불행의 근원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불행은 예술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중세시대의 기사를 통해 인간의 욕망, 고통, 사랑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트리스탄은 콘월의 왕을 도와 거대한 용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이졸데의 어머니가 딸인 이졸데와 왕을 위해 준비한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사랑에 빠진다. 왕은 두 연인을 벌주려고 한다. 트리스탄은 왕에 대해 강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왕과 화해하고 이졸데를 왕에게 돌려준다. 기사들에게 있어 귀부인에 대한 존경과 열망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영주에 대한 충성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떠난 트리스탄은 브류타뉴 왕의 딸인 또다른 이졸데와 결혼한다. 그녀의 이름은 '흰 손의 이졸데'였다. 독이 묻은 칼에 벤 트리스탄은 사랑하는 연인 이졸데에게 자신을 치료해 줄 유일한 사람이라며 와달라고 요청한다. 이졸데가 자신에게 올 생각이면 흰 돛을 단 배를 띄우고,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돛을 단 배를 띄우라고 말한다. 흰 손의 이졸데는 트리스탄에게 검은 돛을 단 배가 오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트리스탄은 죽어버린다. 트리스탄의 주검을 마주한 이졸데 또한 그를 끌어안고 죽어버린다.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죽은 후 그들의 무덤에서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나 연리지처럼 서로의 가지가 얽혀 다시는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에구스퀴자, 트리스탄과 이졸데, 미상>

 

중세시대의 가장 중요한 축은 봉건제도와 가톨릭이다. 봉건제도에는 다양한 계층이 상하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 중 농민은 멸시의 대상이며, 상위계층을 위해서 노동을 하는 존재였다. 농민들의 삶은 비참했다. 그들은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 무거운 세금을 부담했다. 영주의 만행에 시달리던 농민들은 영주를 찾아가 세금을 내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초콜렛으로 유명한 '고디바'는 당시 한 영주의 아내였던 고디바의 이름이기도 하다. 중세의 영주 레오프릭의 아내였던 고디바는 농민들의 세금을 내려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했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화가 난 레오프릭은 시장을 알몸으로 지나갈 수 있다면 세금을 내려주겠다고 했다. 그에게는 절대로 세금을 내려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디바 부인은 그렇게 했고, 그 장면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콜리아, 고디바 부인, 1898>

 

"사랑이 나에게 말했다. 그녀가 너무나 고귀하므로 너는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구이도 카발칸티

 

 

억압된 욕망은 신비한 영혼의 상태로 옮아간다. 천사같은 여성은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구원의 길로 가는 수단이고, 인간의 가장 높은 내면성을 향해 가는 길이다. 단테에게 있어 베아트리체는 사랑하는 여인, 순결한 대상이다.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첫사랑이었고, 이루지 못한 사랑이었다. 24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가 가버린 그녀는 그에게 영원한 아픔이고 고통이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죽음 후 10년 동안 긴 방황을 한다. 단테는 평생동안 베아트리체만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작품을 통해 순결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형상화한다. 그 유명한 단테의 '신곡'은 베아트리체를 뮤즈로 하여 만들어졌다.

 

 

<로세티, 단테의 꿈, 1871>

 

"고대로부터 사랑은 네 단계로 구분되어 왔다. 첫 단계는 구애자의 기대에 응답하고, 두 번째는 키스를 받아들이며, 세 번째는 포옹을,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자신의 전부를 내어줌으로써 완성된다."

안드레아스 카펠라누스

 

 

모네리자의 성스러운 사랑과 세속적인 사랑, 그 사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늘도 1깡한 모네리자는 행복합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움베르토 에코, 미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