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2021. 5. 28. 17:06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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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 선악의 경계를 넘어서는 어떤 상황이 있다.

 

1961년 한 신문에 실험참가자를 모집하는 광고가 실렸다. 실험의 주제는 ‘기억에 대한 과학 연구’였다. 실험참가자들은 기억을 연구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실험에 참가했다. 공식적인 연구의 목적은 ‘학습과 기억에 있어서의 징계효과’에 대한 것이었다.

 

전기충격을 가하는 참가자

 

지원자 중에서 한 사람은 학습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그는 많은 단어들 중에서 서로 관계가 깊은 두 단어의 쌍을 기억해야 한다. 또 다른 지원자는 선생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는 학습자의 단어에 대한 기억력을 테스트하여 그가 실수할 때마다 전기충격을 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밀그램 실험

 

 

 

“여러분은 처벌을 통해 기억을 향상시키는 과학 연구를 돕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학습자가 틀린 답을 말할 때마다 전기충격의 강도는 15볼트씩 높아졌다. 학습자는 전기충격이 너무 강해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심지어는 심장이 약해 곧 죽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은 계속 진행되었다. 학습자의 애원과 반항에도 300볼트까지 전기충격의 강도가 높아졌다.

 

“제발 꺼내주세요. 제발 꺼내주세요.”

 

학습자의 비명소리가 커지자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강도를 높였다. 연구자에게 더 이상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실험을 계속 해달라는 연구자의 말에 결국 실험을 계속하게 된다.

 

“실험은 계속 되어야만 합니다.”

“450볼트까지 가기를 바라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계속 하세요.”

 

 

영화 '작전명 발키리' 포스터

 

 

합법적인 만행

 

이 실험은 심리학 역사상 가장 비인간적인 인간성 실험에 포함된다. 심리학자 밀그램은 나치의 만행을 보고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껴 이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그가 정말 알고 싶었던 것은 평범한 사람에게 합법적인 명령을 내렸을 때 얼마만큼의 고통을 무고한 다른 사람에게 부과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권위의 악마성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권위에 대한 복종 연구’였다. 학습자는 밀그램의 실험조교였고 실제로 전기충격이 가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연기했을 뿐이다. 그러나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로 전기충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전기충격의 강도를 높였다.

 

평범한 사람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거나 전기충격의 영향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고 비도덕적인 성향의 사람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험복을 차려입은 연구자들의 권위와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했다. 그것이 상대방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렇게 했다.

 

 

유대인 수용소(출처 : 신앙신문)

 

 

1% VS 65%

 

이 실험이 진행되기 전 밀그램은 40명의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에게 몇 퍼센트나 되는 사람들이 4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가할까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많아봤자 1% 미만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65%의 사람들이 450볼트까지 눌렀다.

 

홀로코스트의 비극

 

우리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기억하고 있다. 히틀러는 용서받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고 많은 독일인들이 그 광기에 동조했다. 독일인이 특별히 나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처럼 평범한 그들은 히틀러에 동조하여 수많은 유태인의 생명을 앗아갔다.

 

권위에 대한 복종

 

우리는 권위에 대한 복종이 얼마나 심각하게 무서운 일인지 히틀러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사람만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우리들도 언제든 그럴 수 있다. 밀그램은 미국에서의 실험결과에 놀라서 유럽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비슷한 조건에서 실험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한나 아렌트(출처 : 위키피디아)

 

 

악의 평범성

 

인간은 상황 속에 존재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그런 일을 안 할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 없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악은 의외로 평범하다.

 

ⓒ깡모네리자(monerisa@naver.com)

 

<참고>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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