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2021. 7. 7. 19:01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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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삶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다. 우리의 삶은 삶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삶은 죽음을 통해 완성된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어가기 때문에 죽어가야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만을 말하는 것은 반쪽만을 말하는 것이다. 죽음을 말해야 마침내 삶을 말하게 된다.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다.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다. 윤동주 시인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말했다. 그 말은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말의 시적 표현이다.

 

 

클림트, 죽음과 삶, 1910~1915

 

 

말할 수 없는 것

 

우리가 죽음을 터부시 하는 이유는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알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알고 있어도 말하지 않고, 말하기 싫어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알 수 없기에 말하기 힘들다.

 

알 수 없는 것

 

죽음은 알 수 없다. 우리가 죽은 다음의 세계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천사와 악마, 죽음 이후의 세계와 환생의 문제도 말할 수 없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문제, 그러나 둘이 함께 옳을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기억

 

우리에게는 저마다 기억이 있다.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은 모든 인간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와 같아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또는 미워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때로는 말 하나, 풍경 하나, 촉감 하나가 죽은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죽음은 사망이라는 실제적 사실보다 상기라는 기억의 작용에 더 의지한다.

 

 

에곤 쉴레, 죽음과 소녀, 1915

 

죽음에 직면하다.

 

우리가 죽음에 직면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개인적 기억은 죽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망자가 살아가던 삶에 대한 기억, 그가 했던 말, 그가 행했던 일들은 그의 삶과 죽음을 상기시킨다. 죽음은 이렇게 우리 곁에 있다.

 

삶은 무엇인가?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행복, 명예, 사랑, 관계 등에 대한 성찰과 공유이다. 삶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지만 죽음은 비교적 축약되어 있다. 죽음 앞에서는 선택의 가능성이 없다. ‘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죽는’ 유일한 선택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죽음은 삶보다 훨씬 실천에 가깝다.

 

 

간단한 문제

 

죽음의 문제가 삶보다 간단한 이유는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원초적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돈, 명예, 일, 관계 등 죽음 앞에서 삶의 문제는 정말로 간단해진다. 죽음은 삶의 다양성을 하나로 압축시킨다. 죽음은 삶을 오직 하나의 점으로 집약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허망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환원이고 복귀이다.

 

 

피카소, Casagemas의 죽음, 1901

 

죽음의 역할

 

죽음의 중요한 역할은 진정으로 삶을 반성하게 하는 것이다. 사는 데 지쳐서 삶을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겸허하게 뉘우치고 옳고 그름을 되짚어 보게 된다. 죽음은 삶을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깊은 영역에서 반성하게 한다. 그래서 죽음은 누구든 철학자로 만든다.

 

살기 위해서

 

때로 종교는 사후세계를 위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종교의 역할은 절대자나 내세가 있다는 든든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종교가 우리를 이끄는 것보다는 우리가 제대로 살기 위해서 그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모네, 카미유 모네의 임종 후, 1879

 

죽음 이후의 삶

 

사후세계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것의 주된 내용이 천국이나 극락에만 몰려있지 않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종교적이다. 분명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우리가 더욱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종교적이다. 그러나 종교가 없더라도 우리의 세계는 연관되어 있어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했던 좋은 행동들은 죽음 이후에도 기억될 것이라는 것은 철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깡모네리자 (monerisa@naver.com)

 

<참고>

김선희 등 공저, 죽음 그리고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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