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

2021. 5. 4. 18:21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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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싸웠을까?

 

우리는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쉼 없이 달려왔다. 우리를 쫓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었을까. 누구와 싸우는지도 모르고 거친 전장에서 살아남아 문득 돌아보니 그 속에 나는 없다.

 

시간과 경쟁하는 사람들

 

경제학자 슘페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유일한 상대는 시간이라는 말을 남겼다. 시간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할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한없이 무모하고 불쌍한 존재이다.

 

 

출처 : pixabay

 

 

뒤늦은 후회

 

인간은 후회, 슬픔, 극한의 필요에 이르러서야 마지못해 강제로 들이닥친 휴식을 받아들인다.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다 비자발적으로 급행열차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의 허망함을 깨닫는다.

 

바쁘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들

 

우리는 늘 휴식을 꿈꾼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불편해진다. 앞을 향해 내달리기만 하다가 멈춰진 시간은 편안하지 않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바쁘지 않다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차이이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란 없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과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의 지향점은 사회가 강요하는 트렌드나 경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나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똑같은 열차를 타고 한곳을 향해 돌진할 필요는 없다. 자연의 색이 각기 다르게 조화로운 것처럼 우리에게도 고유한 삶의 생김새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는 그 고유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출처 : pixabay

 

도태될 필요

 

이제는 온 지구가 인터넷망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란 앙증맞은 수갑을 차고 있다. 스마트한 세상을 따라가지 않으면 금세 도태된 사람이 되어버린다. 우리에게는 구속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도태될 배짱이 필요하다.

 

 

균형점

 

경영학에서 연속선은 다양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선 위에 놓인 무수히 많은 점들의 수만큼 다양함이 존재한다. 인간은 모순의 존재이다. 자본주의의 성장신화에 편승하고 싶기도 하고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이 주는 윤리적인 기쁨도 원한다. 다양한 삶에는 극적인 요소도 있지만 그것을 놓친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지는 않는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도 나는 여전히 나이고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의식을 장악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이다. ‘열심히’란 말은 열이 나도록 깊이 마음을 기울인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바쁘게 사는 것이 선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악이라는 사상에 주입당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빈둥거림은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사회가 정해놓은 이데올로기에 저항한다고 해서 체포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는 멈출 권리가 있다.

 

 

출처 : pixabay

 

불확실함이 가져다주는 선물

 

신경외과 의사였던 폴 칼라니티는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죽음에 대한 마지막 기록을 남겼다. 그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통해 삶의 윤곽이 분명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매일 기적처럼 주어지는 삶에 감사했다. 그는 비로소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처럼 극적인 사건을 통해서만 진정한 삶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놓아버리면 된다. 뒤처진 사람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

 

ⓒ깡모네리자 (monerisa@naver.com)

 

<참고>

 

정희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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