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2020. 8. 21. 07:341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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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리자는 셀리 케이건 교수의 명강의를 수록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인간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클림트, 죽음과 삶, 1916>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예일대학교에서 명강의로 선정된 죽음에 대한 심오한 강의의 기록이다. 죽음에 대한 책이며, 삶에 대한 책이고, 철학에 대한 책이다. 죽음은 유쾌한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죽음이라는 것을 밖으로 꺼내놓고 색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출생과 죽음은 피할 수 없으므로 그 사이를 즐겨라."

조지 산타아냐

 


죽음은 운명이나 과정이 아니고 어떤 종류의 슬픔도 아니다. 죽음은 나쁜 것이 아니며 그냥 삶의 끝이다. 정체성의 끝이다. 모든 사람들이 영생을 바라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케이건 교수의 주장이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신선하다.

 

 

<델비유, 오르페우스, 1893>

 

만약 죽음이 나쁜 것이라면 영생은 좋은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영혼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영혼이 있어야 영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영혼을 원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죽음은 공포이다. 케이건 교수는 이런 생각들에 대한 허구를 이성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은 종교적 측면에 의존하지 않고 이성적인 차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프란츠 카프카

 

 

<자크 루이 다비드, 마라의 죽음, 1793>

 

물리주의에 따르면 인간은 특정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육체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사랑에 빠지고, 미래를 계획하고, 생각하는 육체를 가지고 있다. 즉 A라는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육체인 것이다. A기능을 수행하는 육체를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것이다. A라는 기능을 하지 못할 때는 죽은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이란 컴퓨터 전원이 꺼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의 몸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까?

 

 

<아서 해커, 이집트에서의 큰 외침-장자의 죽음, 1897>

 

일단 모네리자는 생각을 하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지금 모네리자의 심장은 규칙적으로 잘 뛰고 있고 밥도 잘 먹었다. 이러한 신체기능을 B기능이라고 하자. 육체의 기능이 멈출 때 나는 죽는다. 이때 말하는 기능이란 A기능일까, B기능일까. 일반적으로는 A기능과 B기능이 거의 동시에 멈춘다. 영화가 아니라면 인지기능은 신체기능에 의존한다. 인간의 육체는 A에서 시작해서 C로 끝난다. C단계에서는 육체가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을 모두 수행하지 못한다. 즉 시체에 불과하다. 아주 잠깐 동안은 육체가 그대로 남아있지만 곧 시체상태로 넘어간다.

 

“아무도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도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인간의 기능>

 

 

그렇다면 나는 언제 죽은 것일까?

 

케이건 교수는 B단계의 맨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빨간색 별표가 죽음의 순간이다. 내가 죽은 순간이다. 인지기능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신체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 즉 시체상태 앞에 일정한 구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식물인간이라고 부르는 상태가 그러한 구간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죽음의 순간은 언제일까?

 

 

<들라로슈, 젊은 순교자, 1855>

 

 

내가 나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인격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식물인간의 상태는 온전한 나라고는 볼 수 없다. 나의 인격과 관련된 것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의 육체는 존재하지만 나는 모네리자가 아니다. 나의 기억, 욕망, 목표 등이 없다. 그러므로 시체에 불과하다. 인지기능을 상실했다면 죽은 것이다.

 

 

“인간은 세 가지만 할 수 있다. 태어나는 것, 사는 것, 그리고 죽는 것이다.”

라 브뤼에르

 

 

만약 나의 '존재'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묻는다면 조금 복잡해진다. 인지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육체는 살아있다. 그러나 '나'는 살아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불편한 진실이다. 케이건 교수는 이 상태를 존재하지도 살아있지도 않은 상태라고 본다.

 

 

<자크 루이 다비드, 조셉의 죽음, 1794>

 

시체는 무엇인가?

시체는 나의 육체이다. 시체가 존재한다는 말은 내 육체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육체적 관점으로는 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나는 죽었지만 존재하고 있다. 죽음 이후에도 나는 존재한다. 오로지 시체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곧 시체는 썩어서 원자단위로 분해될 것이다. 잠깐 동안 모네리자는 존재하지만 살아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살아있는 인간이다. 그것은 인지기능이 수행될 때만 가능하다.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인지기능이 필요하다.

 

 

“인생은 여행이고 죽음은 그 종점이다.”

드라이든

 

 

<뭉크, 죽음의 침대, 1895>

 

인간의 존재여부는 몸이 거쳐가는 하나의 단계이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특정시점에 나와 동일한 사람이 존재해야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인지기능을 상실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내 몸에서 살아있는 장기를 꺼내도 살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내 육체일 뿐이다. 물론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제외하고서 말이다.

 

삶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주체는 '나'일까. 아니면 '나의 육체'일까.

 

 

<소피 앤더슨, 일레인, 1870>

 

케이건 교수에 의하면 죽음의 순간은 인지기능이 멈추는 시점이다. 육체가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인지기능을 할 수 없다면 내가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나는 죽은 것이다.

 

어젯밤 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잠자는 동안 나는 인지기능을 수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순간은 죽어있었던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지만 그러하다. 모순되게도 가톨릭에서는 잠을 죽음, 다시 깨어남을 부활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말로 죽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인지기능이 영구적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인지기능이 제대로 수행되는 한 육체는 살아있다. 우리는 살아있는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육체는 언젠가는 파괴되기 시작할 것이고 인지기능을 위한 능력도 사라진다.

 

 

“나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나는 왜 내가 존재하는지, 내가 어떤 소용이 있는지도 모른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모르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죽음이다.”

도스토예프스키

 

 

<구스타브 쿠르베, 오르낭의 장례식, 1849-1850>

 

케이건 교수는 '삶이 끝난 후에도 삶은 계속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없다.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면 혈액순환이 멈추고 산소공급이 중단된다. 산소결핍으로 신진대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조직이 영구적으로 손상된다. 부패가 시작되면서 세포조직이 허물어지고 사망에 이른다. 죽음의 과정은 그러하다. 중요한 점은 그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죽음을 선택할 수 없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삶의 끝이다.
인간은 잘 기능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기계가 작동하는 동안 인간의 육체는 살아서 움직인다. 기계가 작동을 멈추면 모든 것이 끝난다. 기계는 어차피 언젠가는 망가지게 되어있다. 이것이 죽음의 전부이다. 영생이라는 단어는 아름답지만 영원히 산다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 우리는 언젠가는 모두 죽을 것이기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잘 살기 위해서이다.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턴,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1438>

 

모네리자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참고>

 

셀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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