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전쟁

2021. 2. 17. 18:191일교양

728x90
피가 흐르는 거리

 

20세기 후반 미국의 범죄율은 정점에 달해있었다. 15년 동안 폭력범죄는 80%나 증가했다. 범죄학자 제임스 앨런 폭스는 ‘피의 제전’이라는 말을 통해 범죄율의 증가를 강조했다. 그러나 범죄율이 감소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이 길거리에서 피가 흐르게 될 거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변명했다. 단지 강렬한 용어를 통해 폭력범죄의 증가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 많던 범죄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범죄율 감소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주장은 경제상황이 좋아진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범죄가 감소하기 시작했을 때 실업률도 감소했다. 인력수요가 증가하면 특정 범죄에 대한 매력이 감소한다. 그러나 이는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범죄에는 해당되지만 살인, 폭행, 강간 등 폭력범죄와는 관계가 없다. 즉 폭력범죄와 경제 사이에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

 

 

출처 : pixabay

 

징역형을 증가시키면 범죄가 감소할까?

 

장발장은 빵을 훔친 후 19년을 복역했다. 그가 받은 가혹한 처벌은 사법체계의 정당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강력한 징역형은 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을까. 관대한 사법체계는 폭력범죄의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임은 확실하다. 반대로 형량의 증가는 억제요인이자 예방책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감옥은 범죄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범죄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죽이는 게 답일까?

 

혹자는 사형선고가 범죄는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허점이 있다. 사형선고 증가의 수치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선고에서 집행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잠재적 범죄자가 사형의 위험부담 때문에 범죄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실제로 사형이 집행되는 비율은 미비하다. 사형의 부정적인 인센티브는 범죄자가 마음을 바꾸게 만들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

 

“나는 더 이상 죽음의 기계를 만지작거리지 않을 것이다.”

연방대법관 해리 블랙먼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대규모 경찰인력이 증원되었다. 그들은 범죄 억제력을 발휘하고 그 전이라면 체포되지 않았을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제공했다. 경찰인원의 증가는 범죄율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출처 : pixabay 

 

깨진 유리창 수리하기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주장했다. 누군가가 유리창을 깨뜨렸는데 집주인이 그것을 바로 수리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침해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중요한 행위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무임승차, 노상방뇨 등 사소한 행위들을 단속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다. 작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큰 범죄로 넘어가기 쉽다. 작은 범죄를 뿌리 뽑으면 큰 범죄의 불길을 피워 올리는 데 필요한 산소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 오늘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넘은 사람은 어제 살인범으로 수배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뒷골목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은 강도질을 하러 가는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출처 : pixabay

 

한 자루의 총

 

총은 누군가를 죽이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도구이다. 총기 소유 옹호론자들은 총기류법이 너무 엄격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그에 반대되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한 흑백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총 그 자체보다는 그 총이 누구의 손에 쥐어지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강도질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총기를 소유하게 마련이다.

 

총을 가지면 살인이 증가할까?

 

미국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3분의 2는 총기에 의해 자행된다. 미국의 살인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총기를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이 전부는 아니다. 스위스에서는 모든 성인 남성이 시민군으로서 돌격소총을 지급받고 집에 보관할 수 있다. 국민 1인당 총기 보유수로 보면 스위스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총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이기도 하다. 즉 총기가 범죄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집에 총기가 있고 뒤뜰에는 수영장이 있다면, 수영장이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할 확률이 총기보다 100배 정도 높다.”

스티븐 레빗

 

ⓒ깡모네리자(monerisa@naver.com)

 

<참고>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괴짜경제학

'1일교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아요, 원해요, 필요해요  (0) 2021.06.30
악마와의 거래  (0) 2021.02.18
벼락거지의 승리  (1) 2021.02.16
그 여자가 금발인 이유  (0) 2021.02.02
리더의 품격  (0) 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