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야 하는 시간

2020. 12. 31. 23:18심리

728x90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

체스 노테봄

 

묵은 기억은 모두 날려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이다.

 

때때로 기억은 보내버리라는 우리의 명령을 잘 듣지 않는다. 내가 소환하지 않은 기억이 저절로 떠오르기도 한다. 마치 기억은 개와 비슷하다. 우리가 던져버린 것을 주워들고 꼬리를 흔들며 돌아온다.

 

 

 

 

출처 : pixabay

 

 

우리의 불쾌한 기억은 기억의 네트워크 속에서 다른 불편한 기억들과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어떤 냄새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잊고 있던 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서른 살 때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억에는 수십 가지 형태의 것들이 있다. 모든 형태의 기억들은 자체적인 법칙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와 단어를 기억하는 방식은 다르다. 개인적인 기억을 저장하는 부분은 ‘자전적 기억’이라고 불린다.

 

예순 살에 가까워지면 연상작용이 젊은 시절을 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을 회상효과라고 부른다. 우리는 연상을 통해 정신의 잘 보이지 않는 깊은 곳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출처 : pixabay

 

 

 

나만의 자전적 기억

 

자전적 기억은 우리와 가장 친밀하다. 우리와 함께 성장하며 기억의 행동도 달라진다.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기억과 관련된 우리의 경험은 휙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데자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느낌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생겨나는 현상이다.

 

마치 모래시계처럼 사람도 해가 갈수록 시간이 점점 빨리 흘러서 마침내 모래시계 아래쪽이 가득 차는 날이 온다. 사람에게도 점점 더 그 흔적이 남는다.

 

어릴 때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불안감은 생생하고 기억은 강렬하다. 그 기억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서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자동적인 일상처럼 변해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되고 일어났던 일들은 기억 속으로 섞여 들어간다.

 

 

 

출처 : pixabay

 

 

시간의 길이와 속도는 기억 속에서 만들어진다.

 

인생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 느낌은 시간에 대한 환상들 중 일부이다. 이 환상들은 시간감각을 우리의 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연결시켜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커보인다.

 

어떤 일에 주의를 집중하는 행동은 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낸다. 망원경을 이용하면 사물을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물체가 가까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기억도 이와 비슷하다. 망원경을 통해 보는 기억은 확대되어 보이기 때문에 시간적인 거리가 축소되고 그 사건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의 길이와 속도는 우리의 느낌과 생각의 강도가 교체되는 속도, 느낌과 생각의 횟수, 우리의 관심, 기억 속에 저장하는 데 드는 노력, 그것들이 불러내는 감정과 연상 등에 의해 좌우된다.

 

 

 

출처 : pixabay

 

 

사건의 강렬함은 시간의 길이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사건을 되돌아볼 때 그 사건이 실제보다 더 최근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기억은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되면서 심리적인 현재 속으로 뚫고 들어와 마음대로 지워버릴 수 없게 된다. 이런 기억은 시간과 함께 움직이면서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의 기억은 반대로도 적용이 가능하다.

 

다시 보고 싶은 무언가를 기다릴 때 그 모습을 또렷하게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보게 될 때까지의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인식한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지만 일단 보게 되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너무 대조적이기 때문에 시간의 속도가 빨라진다.

 

 

 

출처 : pixabay

 

 

 

짧은 시간과 긴 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단조로운 해보다 놀랍고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난 해는 더 길어 보인다. 우리가 기억하는 사건 속에서 강렬하게 감지되는 차이점이 몇 개인가에 따라 어떤 시기의 길이에 대한 우리의 감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한 해가 그토록 길게 느껴지고 나이를 먹은 후에는 한 해가 그토록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빨리 자라고 싶은 아이에게는 다음 해가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년은 변하지 않는 배경과 같다. 단조로운 삶의 이미지는 하나의 이미지로 융합된다. 상상 속에서 시간은 축약된다. 욕망도 같은 역할을 한다.”

장 마리 귀요

 

시간은 고무줄과 같다.

 

당신이 시간의 길이를 늘이고 싶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로 시간을 채워야 한다. 새로운 삶의 조각들이 늘어서 길게 이어진 시간을 보여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잊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억의 상자 속에서 자주 꺼내보는 것을 줄여야 한다.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지나간 기억은 보내줘야 한다.

 

모든 사람은 시간에 대해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있고 그 기준의 변화에 따라 시간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나쁜 기억은 보내주고 좋은 경험을 받아들이는 기억의 상자를 열어두자.

 

©깡모네리자

 

<참고>

다우베 드라이스마,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대로부터 벗어나기  (0) 2021.01.06
가족과의 전쟁  (0) 2021.01.02
비뚤어진 사랑  (0) 2020.12.19
악마의 물  (0) 2020.12.18
크리스마스 솔로 탈출  (0) 202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