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개인주의야

2020. 10. 8. 14:031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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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리자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대학생이 꼭 읽어야 하는 책들 중에서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던 인문학 서적이기도 하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에는 차이가 있다.*

 

서양은 고대 그리스의 지적 전통을 물려받았다. 고대 그리스는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는 절대왕정이었던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에게 행복이란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1509-1511>

 

개인의 자율성과 호기심이 중요하다.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관대함은 논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누구든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일 수 있었고 설득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은 저잣거리에서부터 군대에까지 폭넓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독재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문화에서는 호기심도 중시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특성은 호기심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스 문화에서는 '원리'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원리에의 추구 그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영어의 'school'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schole'가 '여가'를 의미한다는 점은 그들에게 있어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 즐거운 놀이임을 증명한다.

 

관계와 실용이 중요하다.

 

 

<고굉중, 한희재야연도, 미상>

 

고대 중국에서는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을 연구한 학자들 중 몇몇 그룹은 중국문화권에서는 먹고 자는 생리적 욕구보다 사회적 욕구가 더 우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스인에게 개인의 자율성이 중요했다면 중국인에게는 집단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에게는 개인의 자율성보다 집단의 자율성이 우선했다.

 

중국인들은 환경을 자신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을 환경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자기수양을 통해 주변인들과 조화를 이루고 통치자의 명령에 순종했다. 중국인들에게 있어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중국 고대 나침반>

 

고대 중국인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에 비해 자연세계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은 약했지만 실용적인 정신은 뛰어났다. 그들은 그리스인들보다 훨씬 앞서 잉크, 자석나침반, 파스칼 삼각자, 지진계, 수량적 지도제작기법, 등좌쇠 등을 개발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철학자이자 중국 연구가인 도널드 먼로는 '유교적 사고에 있어서 실용적이지 않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앎은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철학에서는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추상적 사고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직선적 사고와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집착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천체는 변하지 않는 완벽한 구형체이며 움직임이 일어난다 해도 사물의 본질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에 비해 동양인들은 세상은 늘 변하며 모순으로 가득 찬 곳이라고 믿었다. 현재 옳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나중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도메니코 페티, 아르키메데스의 사려, 1620>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주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비해 중국인들의 우주관은 우주가 상호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사물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물질이라고 생각했다. 동양에서는 조화, 전체, 사물들의 상호 관련성이 중요했다. 때문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상사를 개인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동양인은 더불어 살고 서양인은 홀로 산다.

 

 

<어거스트 하아그보르흐, 브르따뉴의 어부, 19세기경>

 

여러분에게 자신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다면 어떤 답을 하고 싶은가?

 

서양인들은 주로 형용사를 사용하거나 행동을 서술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나는 성실한 사람이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사회적 맥락을 활용한다.

 

"나는 친구들과 클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나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중에서>

 

예전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통용되었다. 이는 개인의 개성이 자유롭게 표현되지 못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개성의 독특함보다는 전체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문화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로부터 동양인들은 개인의 성취보다는 집단의 목표달성이나 화목한 인간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저맥락 사회와 고맥락 사회가 구분된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서양은 저맥락 사회이기 때문에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는다. 그래서 독립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동양은 고맥락 사회이기 때문에 사람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주변 맥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람을 의미하는 '사람인(人)'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단어이다. 한자에는 영어의 'individualism'에 부합하는 단어가 없다. 가장 근접한 단어인 '개인주의'는 우리의 문화권에서 이기적이라는 뉘앙스를 떨쳐낼 수 없다.

 

 

<사람인(미키마우스)>

 

서양인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동양인들은 좀처럼 그런 착각을 하지 않는다. 서양인들은 자신에 대한 칭찬에 관대해서 자신들이 평균 이상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고 자존감을 추구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다. 동양인들은 자신을 평균 이하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동양인들에게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게 하는 문화적 압력이 없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동양인들에게 있어 '중용'은 중요한 가치였다. 중용이란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이 떳떳하며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상태나 정도를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중용'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동양에서 사용하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은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고 과대와 과소가 중간을 정하는 것 또는 재능이 보통이거나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세상을 지각하는 서로 다른 눈이 있다.

 

 

<폭스바겐의 Polo BlueMotion 광고 (원작 : 르네 마그리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상호의존적 사회에서 살고 있는 동양인들은 개인보다는 전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무 한 조각도 동양권에서는 연속적인 물질이다. 반면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 서양인들은 개인이 전체보다 더 중요하다. 그들에게 있어 세상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사물들의 조합이다.

 

모네리자의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생각의 지도'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동양'은 중국과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 대표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의미하고, '서양'은 주로 유럽문화권과 유럽계 미국인을 의미한다.

 

 

<참고>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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