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선택일까

2020. 10. 3. 18:431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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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리자는 인간의 성행위와 생식활동의 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간에게 있어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선택요인일까, 필수요인일까.

 

지구에 사는 거의 모든 생물들은 성행위를 한다.

 

 

 

<뒤러, 아담과 이브, 1507>

 

 

세균이라는 생물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은 성행위를 한다. 

 

진화론의 입장에 서있는 학자들은 성행위의 목적은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DNA의 구조를 알아냈다. 이후 유전자는 인간의 행동양식을 설명하는 중요한 인자가 되었다. 유전자는 인간의 동물적 습성에서부터 종교, 음악, 윤리의식 등과 같은 고차원의 습성까지 설명한다.

 

 

 

<샤를 메이니에, 아폴론과 천문의 무사 우라니아, 19세기경>

 

 

다윈에 의하면 생물은 인간에 의해 선택되고 키워진다. 그러나 유전자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있는 학자들 중 일부는 인간이 생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이 인간에게 선택받는 것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후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에게 사육되는 것은 가장 안전하게 유전자를 남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의 요지는 모든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자 하는 이기성이다.

 

 

<마르그리트 제라르, 고양이의 점심, 미상>

 

 

 

생물학계는 유전자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진화생물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나일즈 엘드리지는 유전자에 대한 지나친 쏠림현상은 왜곡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문화는 유전자 잠식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더 거대한 영역이며 인간은 더이상 자연계의 법칙에 구속되어 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때때로 유전자 이론은 인종차별과 빈부격차를 합리화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를 내세우는 극단적 진화론은 동물이 새끼를 낳기 위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게인즈버러, 비치와 퍼피, 1777>

 

 

극단적 진화론자들은 생물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생물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유전자가 생물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생물이 존재하는 것은 후대에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즉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성행위는 새끼를 낳기 위한 것이다.

 

우리의 존재의미가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일까.

 

 

 

 

<프라도 미술관 프로젝트(원그림 : 호아킨 소로야, 바닷가의 소년들)>

 

 

생물에게는 자손을 얻으려는 타고난 욕구가 있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죽는 것은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물은 살아있는 동안에, 심지어는 수명이 오래 남아있을 때에도 자손을 낳는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손을 얻는 것은 진화를 유발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자손을 얻기 위한 행위 이외에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먹고, 에너지를 얻고, 생존에 필요한 경제적 활동을 한다. 생물들 간에도 물질, 에너지, 정보의 흐름이 발생한다. 진화라는 것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생존에 더 적합한 신체상태로 변화하는 것이다. 즉 개선된 후손이 태어나는 것이다.

 

성행위는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너무 비효율적 방식이다.

 

 

 

<르네 마그리트, 연인들, 1928>

 

 

 

대부분의 생물은 암수의 생식활동을 통해 자손을 얻는다. 인간의 아이는 엄마에게 50%, 아빠에게 50%의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어버이의 유전자를 100% 물려받는다.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50%의 손실을 감수하고 성행위를 통해 자손을 얻는다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손실 대비 이득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우리의 존재이유가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라면 성행위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성행위가 주는 이득 중 하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한쪽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다른 한쪽의 정상 유전자가 이것을 보정하여 정상적인 자손이 태어나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의 유전자 손실은 매우 크다.

 

 

<아서 존 에슬리, 꽉 찼어요, 19세기경>

 

 

 

인간생활의 삼요소는 경제적 측면의 삶, 생식적 측면의 삶, 성행위 등이다. 세 가지 요소 간의 상호작용은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은 성행위와 생식활동이 분리된 생물체이다.

 

경제적 측면의 삶은 성행위를 하지 않거나 아기가 없어도 가능하다. 성행위 또한 경제적인 측면의 삶과 생식적 측면의 삶이 없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생식적 측면의 삶은 경제적 측면의 삶과 성행위가 뒷받침되어야 누릴 수 있다. 아기를 낳고 기르기 위해서는 성행위가 필요하고, 아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필요하다.

 

 

 

<부그로, 포도송이, 1868>

 

 

 

진화심리학자들은 남성과 여성의 질투가 다른 양상을 보이며 이는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남성은 배우자가 정조를 지키지 않았을 때 더 질투하고, 여성은 배우자가 감정적 신의를 지키지 않았을 때 더 질투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플라이스토세 때 아프리카 사바나에 살던 사람들을 예로 든다. 당시의 여성들은 배우자가 먹을거리를 가져오기만 하면 다른 여성과 성행위를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추측한다. 여성에게 있어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배우자가 다른 여성을 감정적으로 사랑하여 먹을거리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반면 남성은 자신이 사냥을 하러 간 사이에 배우자가 다른 남성과 성행위를 해서 임신을 하고 결국 자신이 구해온 먹을거리로 다른 남성의 아이를 키우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우려한다. 어떤 부분은 맞고 어떤 부분은 틀리기도 하다. 전인류가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권에 따라, 개체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설사 질투에 관한 특성이 유전자에 각인되었더라도 시대가 바뀌면서 다른 방식으로 진화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질투의 성향 차이는 우리의 성별과 성장환경의 차이로 발생할 수도 있다.

 

 

 

<프레데릭 샌디즈, 사랑의 어두운 측면, 1867>

 

 

 

성향은 유전적으로 전달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모의 질투성향이 자식의 질투성향에 영향을 미칠까. 아버지의 질투성향이 몇십 년 후에 나타나는 아들의 질투성향에 영향을 미칠까. 그것은 유전자의 영향인지 가족문화 때문이지 확실하지 않다. 인간의 행동양식은 유전적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교육을 통해 습득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야, 오수아나 가족의 초상, 1788>

 

 

 

인간의 성행위가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생식활동에서 분리된 것은 분명하지만 특정한 행동양식이 자손을 얻고자 하는 선천적 목적인지 자신이 속한 문화권 내에서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모네리자의 임신은 선택일까, 인간의 성행위와 생식활동의 분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나일스 엘드리지, 우리는 왜 섹스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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