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하는 속물들
푸대접을 받은 부자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등장한다. 남루한 옷차림을 한 부르주아 내레이터는 생루 후작과 만나기 위해 고급 식당에 간다. 직원들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그를 푸대접했다. 몇 분 뒤 후작이 도착하자 내레이터는 순식간에 별 볼 일 없는 사람에서 대접받을만한 사람으로 가치가 상승한다. 지배인은 최고의 예우를 다해 그를 모신다. 속물의 근성 ‘속물근성(snobbery)’은 1820년대에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대학에서 일반학생과 귀족자제를 구분하기 위해 이름 옆에 ‘작위가 없다(sine nobilitate)’라고 적어놓은 관례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높은 지위를 갖지 못한 사람을 의미했지만 현대에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게 되..
2020.12.13